‘한국의 명품’ 만드는 보석 디자이너들 | ||||||
“보석은 환상을 파는 꿈의 산업”
“신라시대도 그렇듯이 나라가 부강하면 장신구 문화는 저절로 따라가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컬러나 디자인에 민감하며, 손재주가 좋아서 보석과 잘 맞아요. 보석 수출 1위인 이탈리아가 한국을 무서워해요. 해마다 기술이 달라지니까.” 이향숙(43ㆍ한국귀금속보석 디자인협회 전 이사장)의 말처럼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쇼메 등 해외 명품과 어깨를 겨눌 한국 보석 디자이너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들은 10년 전 ‘금은방’ 문화가 전부였던 척박한 환경에서 ‘주얼리 디자인’이란 개념을 정착시켰다.
매장 갖고 활동하는 디자이너 약 50명 현재 매장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보석디자이너는 대략 50명 정도다. 이 중 정기적으로 보석전시회를 하며 브랜드화하고 있는 곳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1990년부터 해외유학을 다녀온 1세대 디자이너들이 활동했고 본격적인 붐은 1990년대 후반에 이뤄졌다. 현재 쥬얼버튼, 캐럿투, 크레오로, 예명지, 세미성, 홍수원 보석디자인연구소, 엔저빈, 이씨쥬얼뷰틱, 지나(GINA), 태양쥬얼리, 가인로, JBR 디자인 등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다. 이향숙씨는 “원래 관련 학과가 2∼3개밖에 없었는데, 각 대학의 응용미술과나 금속공예과 15개 정도가 ‘주얼리 디자인과’로 명칭을 바꾸었다”며 보석 디자인의 높은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캐럿투의 박은숙 사장은 “일본의 유명 보석학교인 히코미즈노에는 150명이 넘은 한국학생을 배출했고 현재 공부하고 있는 학생도 7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은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보석을 문화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박은숙 사장은 “대중들에게 보석을 알리기 위해 1996년 나훈아 ‘빅쇼’에서 총 170캐럿 55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입는 주얼리 ‘비상(飛翔)’을 제작했다”며 “당시 사람들이 ‘금방 세무조사 들어올 텐데 미쳤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크레오로 최우현 사장은 “옷을 살 때는 디자이너 옷 100만원, 동대문 옷 10만원이면 이해하면서도 보석에 대해서는 그 개념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디자이너들의 제품은 핸드메이드 방식이 대부분이라 가격도 비싼 편이다. 대개 수백만 원부터 비싼 것은 수억원 대까지 있다. 이영미 한국 귀금속 보석디자인협회 이사장은 “이제 보석을 핸드메이드로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 이는 엄청난 정밀산업이다. 우리는 인공용해로가 없어 합금을 해도 균일한 밀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수출이 어렵다.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를 키우고 산업을 특화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규격화를 위한 공동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계 회사들은 계속 한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미키모토’, 이탈리아의 ‘스테판 해프너’, 영국의 ‘스티븐 웹스터’ 등이 진출한 데 이어 올초에는 미국의 하츠온파이어(Hearts on Fire) 다이아몬드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보석시장 유통 연 4조원… 수출 연 3500억원 규모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석시장의 유통규모는 4조4000억원 정도(2001년 기준)다. 이 중 수출은 3억달러(3500억여원) 규모다. 국내 보석시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저가시장은 미니골드, 줄리엣, 쥬얼리아 등 프랜차이즈가 주도하고 있다. 중가시장은 금은방 같은 재래시장과 백화점, 골든듀, 이베레떼 등의 체인점이 그 대상이다. 고가시장의 경우 해외명품 브랜드와 국내 유명 보석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나누어져 있다. 귀금속 경제신문 김태수 편집장은 “어중간한 세제(稅制)로 인해 아직도 시장이 음성화하고 왜곡된 측면이 많다”며 “오죽하면 상장된 회사가 하나도 없겠느냐”고 했다. 김 편집장은 “현재 해외 브랜드는 전체시장에서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일본은 매출 10위까지 전부 외국 브랜드가 차지하는데 그 전철을 밟으면 위험하다”고 국내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 캐럿투 박은숙
박씨는 한 가지 디자인으로 여러 가지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 주얼리’를 개발해 2000년 우수 산업디자인(Good Design)으로 선정,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2년 전부터는 홈쇼핑도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에 독점판매하는데, 대부분이 19만8000원대로 가격을 맞춘다. 1시간에 7000개 이상 팔리며, 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박씨는 “아트(art) 주얼리도 해야 하지만 전세계 대중들에게 팔리는 보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제 주얼리도 패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20억원 정도. 박씨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작공정, 가격대 맞추는 법, 보석 마케팅, 패션까지 모두 가르칠 수 있는 보석전문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쥬얼버튼’ 장현숙ㆍ홍성민 부부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쥬얼버튼(Jewelbutton)’ 장현숙(36)ㆍ홍성민(35) 부부는 함께 보석 디자인을 한다. 장씨는 서울예전 응용미술과 졸업 후 일본의 히코미즈노 보석학교를 졸업한 정통파, 홍씨는 홍익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전북 이리의 보석공장에서 세공을 하다가 유럽에서 보석 도제 수업을 받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둘다 유명 다이아몬드 컨테스트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사람과 자연물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이라고 했다. 장씨는 선이 굵고 심플한 편이고, 홍씨는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가격대는 20만원대부터 몇억원대까지다. 외교관, 문화예술인, 기업인, 법조인, 주부 등 고객층도 다양하다. 장현숙씨는 “보석은 꿈과 환상이어야 한다. 보석은 사치품이고 우리는 사치 비즈니스를 한다. 프랑스가 싼 제품 팔아서 돈을 버는가. 우리도 사치품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1996년 서울 안국동의 7평짜리 스튜디오에서 500만원으로 시작한 쥬얼버튼은 이제 매출 3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들은 뉴욕에도 ‘애조끄(ejoque, 愛族)’라는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 크레오로 최우현
최씨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 고가의 보석보다 호박, 산호, 비취 같은 자연에서 나는 따뜻한 색상의 보석을 좋아한다. 최씨는 “이탈리아의 직선과 동양적인 곡선이 어우러진 느낌을 표현한다”며 “패션 트렌드에 맞춘 보석 디자인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가격대도 50만∼300만원대에 맞추고 있다. 한때 홈쇼핑도 했지만 현재는 핸드메이드를 위주로 하고, 대신 아시아나 기내 판매를 하고 있다. 최씨는 “결혼식 때 급하게 예물해주지 말고 평소에 좋은 보석을 사용하다가 사이즈를 줄여서 자녀에게 물려주면 의미가 깊다”며 “한국에도 물려주는 보석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세미성 이영미 ‘세미성’ 이영미(46ㆍ한국귀금속보석협회 이사장) 사장은 16년 동안 물리교사를 하다가 마흔 즈음에 보석 디자이너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996년 보석감정사 공부를 시작, 1년 과정을 3개월 만에 마치고 국제감정사(GIA) 자격증을 따냈다. 내친김에 주얼리 평가사자격증까지 따고 1998년 세미성을 창업했다. 이씨는 “보석의 물리ㆍ화학적인 특성 이해와 미학보다 인체공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보석 디자인에 전공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돌이나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 등 새로운 보석소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다가 최근에는 의미를 부여한 디자인을 한다. 가장 행복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물의 결정을 표현하거나 아로마와 보석을 결합하는 등의 아이디어 작품이다. 가격대는 5만원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작품은 인터넷몰을 통해 판매하고, 판매는 아웃소싱한다.
<< 홍수원 보석디자인연구소 홍수원
홍씨의 작품은 자연,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홍씨는 “진주는 강한 볼륨감과 다양한 색상으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며 “한국의 주얼리는 평면적인 게 많은데 반해 입체적인 작품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200만∼500만원대. 매장뿐만 아니라 가나아트센터나 핸드&마인드 등의 화랑에서도 판매된다. 미국의 고급백화점인 ‘바니스뉴욕’이나 ‘버그도프 굿 맨’에도 납품을 추진 중이다. 홍씨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자인과 원본은 국내에서, 대량 제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마케팅은 국제적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의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예명지 ‘예명지’의 예명지(35)씨는 옥공예의 대가인 어머니 서지민(서울산업대 금속공예과 교수)씨와 함께 2대가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예씨는 한양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히코미즈노 보석학교를 마치고 1998년 ‘예명지’를 차렸다. 예씨의 독특한 디자인은 바로 ‘입체망사기법’. 이는 실처럼 가는 금을 입체적으로 교차시켜 망사형태로 만든 것으로, 보석 디자인에 컴퓨터 그래픽을 응용했다. 2001년 이탈리아 비첸차오르 주얼리 쇼에 한국 최초로 초청받는 쾌거를 올렸다. 예씨의 작품은 무척 조형적이다. 선이나 공간을 이용한 심플하고 모던한 작품이 많다. 재료 또한 금속의 느낌이 강한 금을 선호한다. 가격대는 저가(50만∼150만원대), 중가(200만∼700만원대), 고가(1000만원 이상)로 구분했다. 예씨는 “외국에서는 옷만 차려입고 보석을 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커피를 굳이 컵받침에 올려놓고 먹듯이 보석도 삶의 여유에서 오는 즐거움 중 하나로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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